나는 좋아하지 않는데 짝꿍은 좋아하는 요리가 있다. 바로 곱창, 막창 같은 '부속' 친구들이다. 희한하게 어릴 때부터, 육고기를 가려먹었고, 누린내에 예민한 편이었다. 더욱이 특유의 질깃질깃 씹히지 않는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짝꿍과 내가 유일하게 먹는 곱창이 들어가 있는 요리가 있다. 바로 '낙곱새'다.
'낙곱새'는 낙지 곱창 새우를 맵싹하게 볶아먹는 부산 요리이다. 1960년대 조선, 방직일을 하시던 분들이 많이 먹었다고 '조방낙지'라는 낙지볶음 형태의 요리가 향토요리처럼 있었는데, 이 낙지볶음에 새우, 곱창 등을 추가해서 지금의 낙곱새가 되었다고 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낙곱새는 부산에 가야 먹을 수 있는 지역 음식이었는데, 이제 낙곱새는 어느 지역 가게에서도, 심지어는 키트로도 쉽게 먹을 수 있다. 오늘은 노원에 위치한 <구석집>이라는 낙곱새를 소개하고자 한다.
1. <구석집> 낙곱새 노원본점 기본정보
방문일? 2023. 12. 04
위치? 서울 노원구 상계로1길 62-10 1층
영업시간? 12:00 - 23:00 (매일)
화장실? 외부에 위치
주차? 가게 옆쪽에 몇 대 가능
메뉴? 낙곱새 낙삼새 우낙새 만두 등
2. <구석집> 낙곱새 노원본점 방문후기
사실 낙곱새라는 음식을 처음 맞본 것은 쌍문역 근처에 위치한 <구석집>이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쌍리단길에 <구석집>이라는 가게가 처음 생겼는데,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다가 맵싹 한 맛이 제법 맛도 있고 매운 음식 먹고 싶을 때마다 생각나 자주 찾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노원역 주변을 돌아다니는데 그때와 똑같이 생긴 간판이 있어 '집 근처에도 <구석집>이 있다!'라고 좋아하며 가게 되었다.
실제 <구석집>의 낙곱새는 낙.곱.새가 아니라 낙.대.새, 즉 대창을 사용한다. 내가 대창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이 음식을 먹는 단 한 가지 이유는 국물이나 다른 재료에 '대창'의 냄새가 베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유의 부속 잡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구석집>에 가면 나는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재료인 낙지와 새우를, 짝꿍은 2인분이 대창을 실컷 먹는다.
*낙곱새 2인분(2.6)
기본 반찬은 간단하다. 주문을 하면 곧바로 낙곱새가 나오는데, 타이머를 이용해서 적절하게 조리해 주시면 금방 먹을 수 있다. 1인분이 1.3만 원인데, 여기에 공깃밥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물가 대비 꽤나 가성비 있는 가격이다. 나는 항상 순한 맛을 먹는데, 맵찔이로서는 순한 맛도 제법 맵다.(신라면 정도의 매운 맛)
쌍문의 <구석집>과 맛이 동일했다. 고급스러운 맛이라기보다는 약간 불량스러운 매운맛이다. 단맛의 조화도 적절하여 너무 달지도 않다. 안에는 낙. 곱. 새뿐만 아니라 양배추, 파, 당면, 떡이 조금씩 들어있다. 익어서 흐물흐물한 양배추와 파가 제법 맛있다. 김이 올려진 밥과 낙곱새를 먹으면 한 그릇은 뚝딱 해치울 수 있다.
낙지와 새우는 제법 통통한 편이다. 새우는 큰 새우라기보다는 칵테일 새우보다 조금 큰 편인데, 적당히 익혀서 딱 맛있는 상태고 낙지도 엄청 크진 않지만 먹을만하다. 이날 쌍문의 낙곱새에 비해 낙지에서 약간 냄새가 나긴 했는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짝꿍에 의하면 대창은 맛이 진하진 않지만 냄새가 나지 않고 가볍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진한 부속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셀프 치즈 볶음밥(0.4)
셀프라고는 하지만 종업원님께서 맛있게 볶아주신다. 일단 치즈가 저렴한 치즈가 아니고 치즈 향이 많이 나는 눈꽃 치즈라서 좋다. 또 넓게 펴서 약간 눌게 볶아 주시는데 바닥을 긁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치즈가 정말 풍족해서 표면을 두껍게 다 덮을 정도다. 밥 한 공기를 먹고도 볶음밥을 모두 해치울 수 있다.
3. <구석집> 총평
살다 보면 불량한 맛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구석집> 낙곱새가 충족시켜 줄 것이다. 매콤한 음식을 먹고 입가심으로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하나 딱 먹으면 스트레스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노원역에서 가깝지는 않고 조금 외진 골목에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근처에 있다면 가성비도 좋고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처럼 대창이나 곱창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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